저는 지하에 영화관 씨네큐브가 있는 흥국빌딩의 주차장을 좋아합니다. 흥국빌딩의 주차장은 지하 4층 쯤에 가서야 (3층일지도요! 2층인가? 체감상 4층입니다.)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오는데요. 그곳에 닿을 때까지 차 안에서 빙글빙글 아래로, 아래로 돌기만 한답니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라 조금 혼미해지기 시작하면 저는 그만 이렇게 평생 있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어두운 곳을 차 안에서 빙글빙글 아래로 또 아래로 내려가기만 평생 하고 싶다고. 

  저는 종종 반복되는 광경과 소리에 평생을 바라게 되곤 합니다. 언젠가 다니던 화실의 방 한 칸을 재정비하느라 동료들 모두가 방 벽을 고르게 하기 위해 사포로 사사사사 문지르던 적이 있는데요. 너무 시원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아서 그때도 이렇게 평생 사포질만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담 나는 잘 사는 데에 미련이 없는 건가 할 즘 또 주차 자리도 필사적으로 잘 찾고, 그 자리를 노리는 다른 이와 약간의 신경전도 벌이며,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나와 씨네큐브 복도를 서성이면서 다음에 보고 싶은 영화를 다시 물색하니 나도 참 사는걸, 살아가는 걸 좋아한다 싶기도 하네요. 

  여러분의 좋아하는 광경이나 소리가 궁금해집니다. 그 광경 속에서 특히나 안심되는 마음이 되는 부분도 궁금하고요. 비가 많이 오고 습한 여름입니다. 여름이 이래도 좋아? 라고 친구가 물었어요. 저는 그럼~하고 가볍게 대답했답니다. 맛난 걸 먹고 맥주를(혹은 시원한 마실 것을) 양껏 들이키는 밝은 여름 되시길 바랍니다. 

파도의 거품들, 김성혜 드림.

  이어서 파도의 거품들의 소식을 전합니다.

  양재동에 위치한 손으로 만든 작품들을 소개하는 숍 ‘핸즈보울’에서 진행하는 기획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이유로 B-grade로 분류되어 세상에 소개되지 못한 여러 작가분들의 작품들을 큰 할인 폭으로 판매도 함께 진행하며, 전시 되고있는 다정한 기획전입니다. 가여운 이유로 어딘가에서 탈락한(?) 기물들이 자리하고 있다니. 뭔가 엄청나게 서러운 자기만의 이유가 있어서 울고 있는 꼬마를 볼 때처럼 그저 귀엽고 조금쯤은 가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