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건 오래전 친구를 따라간 디저트 가게에서 먹은 체리 초콜릿케익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다지 먹는 것에 관심 없었던지라 체리와 초콜릿의 조합부터 낯설었는데, 더 충격적이었던 건 고풍스런 디시에 케이크 위와 옆으로 굴러다니던 통후추였어요. 까만 먼짓덩어리같은 통후추가 케익 위와 아래를 굴러다니는데 이거 맞아? 생각했어요. 맛을 보고 나서 아니 어떤 천재가 초콜릿과 체리와 후추를 한 데 놓을 최고의 생각을 한거지?로 바뀌었고요. 

  옆에 있던 친구가 “이거, 맛에 악센트를 준 거야.” 라고 알려줬어요. 악센트? 악센트? 맛의 악센트? 그 뒤로 먹는 장소, 음식이 담긴 접시, 맛 그리고 악센트까지 여러 박자가 완벽히 들어맞는 미식을 만나면 황홀했어요. 

  고급이 아니어도 즐길 수 있는 건 얼마든지 많았고 요리는 그림이랑 비슷했어요. 즉흥으로 그려도 어디에 어떤 터치를 줘야 할지 아는 것, 그 감각이 레시피를 짜는 것과 비슷했어요. 작년 친구가 주방 스탭으로 일하게 된 비스트로에서 주방 수셰프가 스탭들이 지칠 때 만들어 준다는 스탭밀 샌드위치에 대해 듣게 됐어요. 샌드위치라고는 하는데 아주 폭력적이고, 아주 고열량이고, 가게에 있는 재료를 이렇게 볶고 저렇게 섞어서 소스를 만들어. 근데 저게 될까 싶은데 돼. 화룡점정으로 쪽파를 토치로 구워서 올려주더라니까? 샌드위치라고 불러도 되는지도 궁금한 이 거친, 투박한, 재미를 기필코 맛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2월이 되어 저는 대뜸 친구 가게의 송년회를 작업실 와서 하라고 했어요. 그 자리에 뻔뻔한 얼굴로 참석해서 생에 잘 없었던 저돌적인 적극성과 오지랖으로 수셰프님께 여기 어떠세요? 하며 팝업을 제안했어요. 그렇게 ‘그 샌드위치 한번 먹어보고 싶다’로 시작된 팝업이 겨울잠을 깨우는 ‘Pop-Up “Wake Up!” Sandwich Meal House’입니다. 샌드위치를 올릴 도자기 플레이트를 만들고 함께 레시피를 탄탄히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맛에 대한 재미가 더 붙었어요. 뭐, 별로이고 평범할 수도요. 하지만 뭐~ 어떤가요? 놀러 오세요! 미식의 세계는 아주 개인적이고 내밀하니까요. 거의 비밀같은 것. 당신이 알고 있는 근사한 맛이 있다면 저에게도 이야기 들려주세요. 비밀로 간직하신다면 어쩔 수 없고요! 아래로 팝업 이벤트 안내가 이어집니다.  

파도의 거품들, 김성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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