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파도의 거품들의 김성혜입니다. 오랜만에 개인전 소식을 전하며 초대드립니다. 3일 간의 짧은 전시입니다.
지난 계절은 칼에 긁힌 듯 아프고 울분이 온몸을 감싸고 있는 듯했어요. 왜? 왜 나에게? 왜 내가? 라는 물음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요. 인제 그만 되지 않았나? 하고요.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채로 쫀쫀한 흙을 밀대로 밀고 숨을 헐떡거리며 칼을 들고 흙의 살을 도려냈습니다. 이 울분을 흙은 다 받아주나? 흙은 나를 다 받아주나? 계속 궁금했습니다.
저에게뿐만 아니라 개개인에게 다가오는 수많은 불행과 슬픔을 생각했습니다. 오만이지만 그 모든 슬픔이 저에게 온 것만 같았어요. 도를 닦는 열반과는 평생 딱히 상관없었지만, 검도의, 절권의, 우슈의, 태권의 ‘도’들을 떠올렸습니다. 타인을 치기 위한 것이 아닌 손날이나 검, 무기가 왜 존재하는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
이 작은 슬픔과 한. 언급이라도 하고 넘어가, 흔적이라도 남기고 가, 칼춤이라도 춰, 하고 지어낸 것들을 선보이는 자리가 이번 개인전 《Scar I Mention》입니다.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접하는 누군가에게 피로만 남기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 어느 때보다 많이 걱정했습니다만, 이번 전시의 서문을 써주신 최영건 작가/평론가님의 글 덕분에 이번 작업을 선보이는 데에, 다시금 자존과 사랑으로 돌아가는 데에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슬프지 않기를, 상쾌한 찬 공기를 맞으시기를 바랍니다! 전시장에서 뵐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인사 건네주세요.
파도의 거품들, 김성혜 드림.
추신 : 종종 본 메일로 답장을 보내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메일주소는 수신이 불가합니다. 수신이 가능한 메일 주소는 foams.of.wave@gmail.com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