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무슨 일이 있었더라? 어제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가,

“산다는 게 이런 건지 몰랐어. 나이가 들면 나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게 있더라. 예전엔 너무 어렸지 싶어. 이 순간이 언젠간 다시 어려지겠지.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살더라. 살아온 시간에 맞게. 나아가려고 노력하면서. 왜 살아야 하는지는 생각 않고. 대체로 아무렇지 않게. 가끔 많이 즐겁게.“

라고 했어요. 쌍둥이같이 같은 시간을 지나곤 하는 친구의 이야기에 “응응“. 하나하나 나열할 순 없지만 지난 1~2년 사이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저의 눈빛까지 바꿔놓았어요. 그리고 지금 얻은 것은 생동감이에요. 살아있는 것, 즐거워하는 것, 미래를 도모하는 것. 

  올해 초에는 번아웃에 시달리는 날들을 보냈습니다. 작업도, 수업도 대책 없이 멈췄어요. 너무 지쳐서 이제 어떻게 사나 하는 불안감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아이처럼 지루하고 심심했어요. 그러다 문득 옷장을 열어 잘 입지 않는 옷을 꺼내 그림을 그렸어요. 팔과 손을 활처럼 넓게 쓰면서 시원했답니다. 몇 번인가 그 옷을 입고 외출했어요. 어떻게 되려나 궁금해서 세탁도 해보고요. 너무, 너무 재미있어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구한 옷에 신나게 맘껏 그리고 또 그렸더니 그림이 그려진 옷이 꽤 많이 생겼답니다. 즐거웠어요.

  어떤 말로 묶을까 고민했는데, 말 그대로 파도의 거품들의 벽장-옷장이라고 말하면 좋을 것 같아요. 문을 열면 거품들만 하염없이 쏟아질 것 같지 않나요? 옷장 안에 숨는다고 숨었는데, 장의 문은 열려있고, 들여다보니 반짝이고 있는 거품들! 

  그렇게 물거품 속에서 그린 옷들을 모아 ‘Foams of Closet’ 5일간의 팝업 스토어를 엽니다. 물거품이 되었단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닌데 말이죠. 이상하죠? 갑자기 짠! 하는 초대장, 당혹스런 서프라이즈 이벤트 같더라도 즐겁게, 가벼이 가을 나들이로 걸음 해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장소는 평소 무척 좋아하는 을지로의 빈티지숍 ‘ApT - 앱트’의 한 켠에 자리 잡을 예정이에요. 공중에 띄워진 행거에 멋지게 옷을 걸 거랍니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 포스터와 함께 남겨둘게요. 

즐거움이 하나쯤 찾아오는 하루가 되시길 바라며,

파도의 거품들의 김성혜 드림.